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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umis AI가 요약한 글
- 피프티피프티의 빌보드 성공은 K팝의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소속사와의 분쟁은 K팝 산업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 특히 외부 세력의 개입으로 인한 템퍼링 문제는 심각하며, 아티스트와 소속사 모두 의사소통 능력 강화와 인성 교육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K팝 아티스트는 춤과 노래 실력뿐 아니라 건강한 소통 능력과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해야 하며, 소속사는 단순히 엔터테이너를 양성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책임감을 가진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허영주의 크리에이터 세상]
빌보드 최단기 등정 '황금알 낳는 거위'
소통 부재로 인한 분쟁은 K-팝에도 독
춤·노래 기계 대신 건강한 소통 아이돌로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 출처 : 연합뉴스
역사상 가장 빠르게 빌보드 차트에 올라 20주가 넘게 팟100을 지킨 '피프티피프티'의 성공은 K-팝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음을 웅변한다. 그러나 그 뒤에 벌어진 소속사와 아이돌 간의 이전투구는 안타까움을 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데뷔 6개월 만에 정산 문제, 건강관리 위반 문제, 지원 부족의 이유로 시계까지 팔고 90살 된 어머니 쌈짓돈까지 끌어다 쓴 소속사에 소송을 건 피프티피프티에 혀를 내둘렀다는 반응도 거셌다.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정서인 ‘배신’의 감정을 건드렸으니 재기가 어려울 거라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다. 자칫 황금알을 낳을 거위가 스스로 제 명을 단축하는 '거위 할복자살사건'의 피해자가 될까 우려스럽다.
7년간 아이돌 연습생과 가수 생활을 했고, 소속사에서 나와 스스로 소속사를 차려 운영해 본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양쪽의 입장을 다 이해할 만하다. 먼저 아티스트였을 때를 되돌아보면 회사에 감사하며 지지하고 기쁘게 활동하는 아이돌은 거의 보질 못했다. 모두 불만투성이였다. 모이면 회사욕을 하는 게 비일비재했다.
내가 잘되면 내 덕이고, 잘못되면 회사 탓인 ‘내덕니탓’ 하는 것을 보며 나는 절대 엔터 사업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마저 했다. 모두를 비난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불만족함’을 가진다는 게 이상하지 않고 보편적인 일이라는 말이다. 사실 비단 엔터 업계만 그러한가 하고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니다. 블라인드에 들어가 보라. 책임 의식을 가지고 같이 회사를 키워나간다고 생각하는 직원을 찾아볼 수 있나.
더욱이 어린 나이에 벼락 성공을 한 피프티피프티 멤버 입장에서 보면 회사에 대해 감사함보다는 불만을 가지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닐 수 있다. 필자 역시 기획사에 소속돼 있을 당시엔 그룹이 잘되지 않았을 때마다 대표님을 원망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대표 입장이 되어보니 대표를 이해하고, 회사 편이 되었다. 회사는 자선단체가 아니었다. 이익이 나야만 돌아가는 곳이었고, 모든 사람의 니즈를 맞추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활동했던 당시 앨범을 몇 장 내지 못했는데 그때 회사에 ‘티아라 왕따 사건’이 터져 직원들이 몇 달간 월급을 못 받았을 정도로 회사가 급작스럽게 힘들어졌다. 소속사에 있을 땐 그저 ‘왜 우리 팀을 밀어주지 않지’라고 생각했는데 대표가 되어보니 그때 우리 팀을 밀어주는 건 회사의 존망이 달린 상황에서 가당치 않은 일이었겠구나 이해하게 되었다.
크리에이터의 소속사인 MCN 업계에서 일을 하면서도 이러한 문제는 계속 반복되었다. 크리에이터 대부분은 처음엔 좋은 마음으로 회사에 들어왔으나 불만 가득해져 다른 MCN을 찾아 떠나곤 했다. 역시나 이를 보며 사람 키우는 일이 참 어렵구나 생각했다.
정리하자면 아티스트는 대표와 회사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고 그렇기에 자기중심적으로 상황들을 이해해 회사가 잘해주거나 못 해주거나 ‘불만’을 갖기 매우 쉽다. 회사는 어쨌거나 모든 ‘책임’을 지는 입장이기에 이러한 상황들을 잘 매니지먼트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부모의 희생을 알아주는 성숙한 자식을 기대한 대중들을 실망시켜 안타깝지만, 그런 자식은 모든 부모의 판타지다.
그런데 이번 피프티피프티 논란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었다. 모든 과정에 멤버들의 독자적인 생각과 선택이 아닌 ‘외부 세력’의 가스라이팅이 있었다는 의혹이다. 이른바 '템퍼링'이다.
템퍼링은 스포츠업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인데 한마디로 ‘선수(아티스트) 빼가기’다. 피프티피프티의 소속사 어트랙트는 외주용역사인 더기버스에 프로듀싱 외주를 맡겼는데 더기버스가 피프티피프티에 접근해 계약을 파기하도록 종용했다는 주장이다. 더기버스는 사실무근이라고 맞서고 있으니 양측의 공방은 법정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다만 기획사와 소속 아티스트 사이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는 걸 방치하는 건 K-팝의 발전을 위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필자도 사업을 하며 잘 되어가는 과정에서 외부 세력을 두 번이나 경험해 봤다.
한 번은 필자가 외부 세력에 흔들렸던 경험이고, 한 번은 외부 세력이 우리 사업 파트너에게 접근해 그를 데려간 경험이었다. 필자가 흔들렸을 땐 ‘사업을 더 크게 키워줄 수 있다’라는 외부 세력의 말에 잠시 혹했으나 다행히 기존 파트너가 잘 붙잡아줘서 관계를 지켜냈다. 관계는 지켜냈으나 그 과정에서 회사를 하나 잃고 돈도 잃고 큰 희생을 치렀다.
그때 이후 교훈을 얻어 필자는 기존 파트너와 단단한 관계가 되어 모든 결정과 소통을 다른 사람의 의견이 아닌 오로지 둘이 해가고 있다. 또 다른 사업을 시작하며 만난 파트너는 반대로 그 파트너에게 외부 세력이 접근했는데 필자는 한 번 경험해 본 입장으로서 상황을 이해하고 소통하려고 했으나 외부 세력이 소통 자체를 막아서서 허망하게 관계를 잃었다. 두 번의 외부 세력을 겪으며 느낀 건 인생을 살다 보면 어떤 사람이라도 충분히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다라는 것이다.
뜬금없는 예시일 수 있으나 요즘 핫한 SBS 플러스의 예능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 16기'를 보면서도 이 생각을 했었다. 광수는 옥순이와 서로를 선택하기로 해놓고 ‘경각심을 가져라’ ‘옥순이 다른 출연자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다’라는 외부인들의 말을 듣고 선택을 바꾼다. 팩트체크를 해보니 옥순은 줄곧 광수라고 했었고, 이 모든 게 오해였다는걸 알게 된 광수는 그러한 말을 전한 다른 출연자들을 추궁하지만 이미 상황은 끝났다.
나는 솔로 16기 옥순 /유튜브 캡쳐
옥순의 마음은 떠났고, 광수는 ‘가벼운 사람’이 되고 한순간에 바보가 되어버렸다. 누가 뭐라고 했건 선택을 한 건 광수이기에 책임은 광수가 지지만, 생각해 보라. 잘 만나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주변에서 두세 명이나 경각심을 가지라니, 그 남자를 너무 믿지 말라는 둥,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안 흔들릴 사람이 있을까 싶다.
외부 세력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 잡고’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 큰 성인들도 여러 말에 휘둘리고 유혹에 휩쓸리기 십상이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외부 세력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 잡고 약속에 책임지며 사는 것, 그것은 산전수전 경험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고난도 내공이 쌓였을 때 얻는 스킬 중 하나인데,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이 그 스킬을 가졌을 리는 없다. 이럴 때 멤버들의 보호자라도 흔들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끔찍하게 안타깝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템퍼링 근절을 위한 법을 강화시킬 수도 있고 여러 방면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겠으나, 결국에 선택하는 주체들 즉 아티스트와 소속사 간의 관계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필자는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엔터테인먼트에 제안하고 싶다. 아티스트와 소속사 모두 의사소통 능력 강화 교육과 인성교육을 필수로 하자고. 단단한 토대 위에서 오래가기 위해선 인성과 의사소통 능력이 필수다. 아티스트를 춤과 노래만 잘하는 사람으로 키우지 말고, 큰 자리를 감당할 만한 큰 그릇을 가진 사람으로 키워내 선진국형 아이돌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래야 거위도 황금알을 계속 낳을 수 있다.
아이돌 계약기간이 끝나고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세상에 나오는 경우가 너무 많다. 나는 그렇게 오직 춤과 노래만 하다 나온 선배들을 보며 공포심을 느꼈고, 그래서 미친 듯 공부를 했다. K-POP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선 소속사는 엔터테이너를 춤·노래 7년 시키고 버릴 물건으로 보지 말고, 책임을 다해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키우고 공인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하나의 인간으로 키워내야 할 때다. 큰 희생이 있었지만, 이번 케이스를 교재로 K-POP 미래 인재들을 교육하자.
인간은 실수를 통해, 또 그것을 책임지며 성장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을 피프티피프티는 어린 나이에 너무 큰 대가를 치르며 배웠을 것이다.
※ 글 작성자는 본인이며 여성경제 신문의 글을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