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주

[허영주 칼럼] MBTI 물었는데 'MB(이명박)' 떠올리면 당신은 꼰대

  • 작성 언어: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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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06-17

작성: 2024-06-17 11:09

앨런 차관과 듀자매 인터뷰
한국의 MBTI 열풍에 집중
채용에서도 MBTI 활용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진화

[허영주 칼럼] MBTI 물었는데 'MB(이명박)' 떠올리면 당신은 꼰대

대한민국 현시점, 사람들이 처음 만났을 때 대화의 포문을 여는 스몰토크의 주제는 역시나 MBTI이다. / GPT4o

지난 1일(12.1) 리즈 앨런 미국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이 한미 간 공공외교 대화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필자는 미국대사관의 주최로 앨런 차관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앨런 차관이 가장 관심 있게 바라본 주제는 한국의 ‘MBTI’ 열풍이었다.

엘렌 차관과의 대화에서 필자는 한국에서의 MBTI 역할은 단순 성격검사 테스트를 넘어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진화되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현시점, 사람들이 처음 만났을 때 대화의 포문을 여는 스몰토크의 주제는 역시나 MBTI이다. 스몰토크로 나눈 MBTI는 서로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주요한 정보가 되어준다.

예를 들어 파워 ENTP인 필자의 경우 I 성향이 강한 사람을 만나면 그를 배려하여 텐션을 조금 낮춰 준다. 또 F인 사람을 만나면 조금 더 조심스럽게 감정을 살펴 가며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반면 같은 T를 만나면 평소와 같이 직설적으로 소통한다. 이처럼 MBTI는 상대에 맞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주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상대를 알게 되면 소통이 원활해진다는 것을 파악한 MZ세대는 이를 연인을 만나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와 블로그엔 수많은 ‘MBTI별 연인을 만드는 방법’ 더 직설적이게는 ‘MBTI별 꼬시는 방법’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MBTI별 특징을 바탕으로 이상형부터 이별 원인까지 세세히 분석한 콘텐츠들의 댓글 창은 언제나 공감대로 뜨겁다.

상대방에 맞게 소통을 하려는 시도와 더불어 내 성향을 알고 나와 잘 맞는 성향의 MBTI 연인을 찾으려는 시도 또한 소개팅 시장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다.

모 대학교 축제의 한 부스에선 자신이 마음에 드는 MBTI가 적힌 바구니에 휴대폰 번호를 넣어 서로 매칭을 해 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필자는 소개팅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나는 F 연인을 선호한다, ST는 피해달라’는 등의 구체적인 요청을 받으며 이러한 현상을 더욱 체감했다.

한국의 유행하는 밈도 MBTI가 당연 주요한 주제로 사용된다. 최근 인스타그램 릴스를 중심으로 가장 뜨거웠던 콘텐츠는 ‘나 우울해서 빵 샀어’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보편적으로 T는 이 질문에 ‘어떤 빵 샀어? 빵은 어디에 있어?’라고 반응했고 F는 ‘왜 우울해? 괜찮아?’라는 반응을 했다. 같은 질문에 확연히 다른 반응은 큰 재미를 주며 공감대와 함께 밈이 되었다.

한국의 취업시장에서 MBTI는 어떨까. 취업 시장에서도 MBTI를 채용할 때 참고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채용 플랫폼 등을 보면 활발한 성격의 'E'나 계획적인 'J'를 선호한다는 내용이 적힌 공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라거나,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소개하라는 채용 공고도 나와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MBT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건전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과학적 근거도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존과 관련이 있는 취업시장에서 MBTI로 당락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이는 매우 예민한 주제가 될 수 있다. 적절한 활용은 좋지만 맹신은 금물이다. MBTI를 차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담론을 넘어서 MBTI 자체가 대한민국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니 혹시나 ‘난 그런 거 믿지 않아!’ 하고 테스트조차 하지 않았다면, 당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소통에 합류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큰 웃음을 줄 수 있다. 몇 달 전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MBTI를 묻는 말을 못 알아듣고 ‘MB’(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답을 해 화제가 됐다. MBTI를 모른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이다.

이처럼 MBTI를 모르면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할 정도로 MBTI는 대한민국의 ‘커먼센스’(전문적인 지식이 아닌, 정상적인 일반인이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일반적인 지식)가 되었다.

스몰토크, 연애, 밈, 그리고 취업까지 MBTI는 단순 성격 테스트를 넘어 현재 대한민국의 강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 MBTI 알아라. 그래야 소통한다!


※ 글 작성자는 본인이며 여성경제 신문의 기고 글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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