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주의 크리에이터 세상]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감언이설
과도한 선물에 돈과 인맥 자랑 주의
사기꾼은 피해자의 욕망을 파고든다

2023.11.02에 작성된 글입니다.

최근 모든 소셜미디어 첫 화면을 ‘그’가 장식했다. 유튜브를 켜면 그와 관련된 뉴스나 인터뷰가 떴고, 인스타그램엔 그가 교포를 연기하기 위해 썼던 말인 ‘I AM 신뢰에요’ 관련 밈이 떴다.

‘그’의 이름은 전청조. ‘파라다이스 호텔의 혼외자이자, 국내 은행 통장에 51조 잔액이 있고, 일론 머스크와 펜싱 대결을 하기 위해 펜싱을 배우는 남자’를 연기한 여자. 아, 어질하다.

전청조는 일주일 전 여성조선에서 발표한 단독인터뷰 <펜싱 남현희·15세 연하 재벌 3세 전청조, 만남·열애·결혼 풀 스토리 최초 공개> 기사로 대중에게 처음 등장했다. 결혼 기사를 보고 뉴욕 태생이라던 전청조의 강화도 동창들이 대거 등장했고, 그가 여자이며 사기 전과로 이미 2년 이상 감방에 있었으며 결혼도 남자 & 여자 번갈아 가며 두 번이나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미 ‘낸시랭과 왕진진’ 사기 결혼 사건을 경험한 대중은 남현희에게 적극적으로 진실의 메시지를 보냈고 남현희는 그렇게 구출되는 듯했다.

첫 기사 이후 드러난 현실들은 더 막장 파장이었다. 남현희는 그가 트랜스젠더인 줄 알았으며, 그가 고환을 이식받아 자신이 임신했다 믿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정체가 밝혀지자 속속 사기 피해자들도 튀어나오기 시작했는데, 남현희의 친척들을 비롯해 유튜버 로알남의 수강생과 그의 지인 등이 도합 10억 이상의 돈을 전청조에게 투자금으로 내어줬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트랜스젠더는 아이를 갖게 할 수 없고, 국내 최고재벌인 삼성 이재용 회장의 재산 추정액이 10조~11조인데 그를 넘어선 51조가 있는 사람을 세상이 모를 수 없다. 이것은 잠깐만 생각해 봐도 말이 전혀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런데도 모두가 속았다.

그가 사람들의 판단력과 눈을 멀게 한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했다. 시그니엘과 벤틀리, 경호원과 운전기사, 선물 공세, ‘아는 형님의 아는 누나의’ 하는 인맥 자랑, 전 국가대표 선수의 예비 신랑이라는 타이틀, 그리고 거짓으로 만들어 낸 통장잔고 등등.

요즘 유튜브를 보면서도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위와 같은 수법으로 펙트체크와 레퍼런스 체크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은데 ‘보이기식 좋은 집과 자동차’로 현혹해서 사람을 모으고, 그걸로 모인 사람들에게 프라이빗 강의를 팔고 투자 권유로 이어지는 케이스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것이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중 진짜인 사람도 있지만, 단 한 명이라도 그중 제2의 전청조를 만나지 않기 위해 ‘사기꾼 주의 사항’을 기억하자.

첫 번째, 좋은 집+좋은 차 현혹 주의. 소위 ‘한탕’ 치기 위해 고급 아파트에 월세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돈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목표로, 또 고급 아파트 라운지에서 미팅을 가지며 부자로 포장하기 위해 비싼 월세를 내는 경우들이 많다. 차 또한 월 150만원이면 리스로 외제 차를 타는 게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보이는 것을 믿고 속으면 안 된다.

둘째, 과도한 선물 공세 주의. 꽃뱀들도 먼저 돈을 쓰는 전략을 쓴다. 신뢰를 주기 위해 먼저 과도히 주는 경우가 많다. 전청조도, 청담동 주식 부자로 사기를 친 이희진도 ‘유명인’ 여자를 택해 선물 공세를 펼치며 그녀들을 현혹하고 그녀들의 명성을 신뢰의 도구로 사용해 사기를 쳤다는 것을 기억하라.

세 번째로는 과도한 돈 자랑 주의. 필자는 자기가 ‘몇조’ 있다는 사람들을 몇 명 만났다. 그 말을 듣고 피식 웃고 말았는데, 믿는 사람이 많아 놀랐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 전청조는 전 세계 상위 0.001%인 자산 191억 이상만 발급이 가능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를 위조해 재력을 과시하며 투자자들을 홀렸다. 과도한 돈 자랑을 한다면 한 번쯤 의심해 봐라.

네 번째는 베일에 감춰진 사람 주의. 필자는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았고 뭐 하는지 또렷하지 않고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사람은 신뢰하지 않는다. 전청조 그리고 왕진진 모두 파라다이스 그룹의 숨겨진 혼외자를 연기했다. 베일에 감춰진 듯한 또렷하지 않은 사람을 주의하라.

마지막 다섯 번째, 경호원과 기사 대동 주의. 사기꾼 유형들의 전형적인 역할극이다. 보여주기식으로 경호원과 기사를 대동하는데, 연극에 속지 말아라. 경호원과 기사 모두 한패로 함께 연극을 만든다. 필자가 마지막으로 봤던 경호원 대동 퍼포먼스를 한 사람도 지금 감옥에 가 있다. 연극을 조심하라.

지금까지 사기꾼 주의 사항을 이야기했는데, 넷플릭스 ‘애나 만들기’(독일 출신 상속녀 신분으로 접근해서 뉴욕 엘리트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애나 델비 사기 스토리)를 보면 뉴욕 엘리트 출신의 상식적인 사람들도 다 사기극에 당한다.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사기꾼이 작정한다면 쉽게 당할 수 있다. 사기꾼이 제대로 판을 짰다면 주변 모든 사람을 연기자로 섭외하는데 이것이 특히 무섭다. 사이비종교 포섭 방법과 같이 A팀이 실패하면 그다음 B팀, C팀, 더 강한 팀원들로 구성해서 포섭한다. 그래서 사기꾼이 한번 타깃으로 정했다면 자유롭기 힘들 수 있다.

다시 돌아와 요즘 소셜미디어를 보다 보면 ‘돈’ 이야기가 지나치게 많이 등장한다. 부를 과시하고 인증되지 않은 계좌 잔액을 보여주며 현혹하는 사람들 속 누가 진짜인지 제대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고급 아파트+고급 차를 내세우고 그다음 무언가 파는 사람들, 이것은 전형적인 다단계 포섭 수법과 매우 비슷하다. 다단계에 들어가면 먼저 그 다단계를 통해 성공해 ‘크루즈 탄 사진’부터 보여준다. 그다음은 통장에 돈이 찍힌 것을 보여주고··· 뻔한 레퍼토리. 그리고 이것에 사람들은 쉽게 빠져든다. 현혹되지 말고 진실을 한 번 더 눈 씻고 바라보자.

전청조 사건을 통해 ‘사기꾼’의 전략을 전 국민이 스터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형의 사기꾼은 계속 등장할 것이고, 또 사람들은 당할 것이다. 인간은 ‘욕심’과 ‘허영’이란 약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들’은 우리의 결핍을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채워줄 테니까.

사기꾼을 판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선’ 이 진리를 기억해야만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남현희가 결국 받았던 모든 명품, 집, 차는 다 친척들과 지인들의 돈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받은 대가로 세상에 치욕스러운 치부가 다 드러나는 부끄러움을 당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I AM 공짜 싫어요'라는 자세로 현혹되지 않길.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