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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umis AI가 요약한 글
- 최근 사회 전반에서 ‘육각형 인간’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으며, 외모, 학력, 자산 등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사람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 콘텐츠 시장, 결혼 시장 등에서 육각형 인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4세대 아이돌은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감에 직면해 있다.
- 하지만 완벽함은 존재하지 않으며,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하는 사회는 불행할 수 있다. 팬들은 결국 완벽한 가상 아이돌에 대한 환상에 빠져 현실 인간에게 끊임없이 실망하게 될 것이다.
[허영주의 크리에이터 세상]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사람 의미
콘텐츠·결혼 시장 등에서 트렌드
완벽함이 존재하는 것일지 의문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라는 자각
육각형 인간이란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을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사람을 의미한다. / 두루미스
‘육각형 인간’ 키워드가 4월 2주 차 2024 트렌드 키워드 트렌드지수 1위를 기록했다. ‘육각형 인간’이 그야말로 대세 중 대세다.
육각형 인간이란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을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사람을 의미한다. 이 키워드는 보통 ‘육각형 00’으로 활용되는데 대표적으로 #육각형아이돌 #육각형운동선수 등이 있다.
육각형 아이돌엔 주로 블랙핑크 제니가 언급된다. 제니는 강남 태생 금수저, 유학 경험, 타고난 외모와 몸매, 뛰어난 예능감 등을 가진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다.
육각형 운동선수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대표된다. 오타니는 실력 인성 외모 성실성 직업 자산 등에서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완벽한 육각형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번 한 달 동안 우리 사회의 여러 측면에서 육각형 인간 트렌드를 강력히 실감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시청률 20%를 넘기며 대흥행 중인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김수현 김지원 커플에 대한 열광을 바라보며 육각형 인간 트렌드를 실감했다.
이전 드라마 트렌드는 주로 재벌 2세 남자주인공과 평범한 여자 주인공의 사랑 스토리를 많이 다뤘었다. 시청자들은 평범한 여주인공에 과몰입해 판타지를 충족하며 드라마를 시청하곤 했다.
하지만 트렌드가 바뀌며 이제는 남녀 주인공 모두가 완벽에 가까운 육각형 인물로 바뀌고 있다.
극 중 홍해인(김지원)은 퀸즈 그룹 재벌 3세에 백화점 CEO이며 환상적인 외모와 몸매를 가진 그야말로 완벽한 여자다. 백현우(김수현) 또한 지방 유지 아들로 태어나 대한민국 최고 대학의 법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대기업 변호사로 일하며 외모 키 완벽하게 고루 갖춘 육각형 인간이다.
사람들은 이 완벽한 육각형 커플에 열광했다. 댓글 반응을 살펴보면 ‘제발 현실 세계에서도 사귀어주세요 ㅠㅠ’ 하는 반응을 보이며 완벽한 두 사람에 과몰입하고 있다.
두 번째로 필자가 육각형 트렌드를 실감한 것은 대한민국 결혼 시장에서였다. Mnet의 초대형 커플 매칭 서바이벌 ‘커플팰리스’에서도 단연 가장 인기가 많은 남성은 육각형 남이었다.
예전엔 외모가 뛰어난데 자산이 별로 없다던가, 혹은 직업이 좋은데 키가 작다던가 해도 무언가 한 가지가 뛰어나면 결혼을 잘했다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육각형이라도 고루고루 갖춘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공한 결혼이라고 여겨지고, 찌그러진 육각형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이렇게 육각형 인간에 대한 선호가 심화하니 SNS에선 ‘육각형 남자만 장가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도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육각형 인간 트렌드를 의외의 곳에서 느꼈는데, 바로 르세라핌 코첼라 무대에 대한 사람들의 지나친 혹평에서 그것을 느꼈다. 르세라핌은 코첼라 무대에서 퍼포먼스는 완벽했지만 부족한 보컬 실력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외신은 ‘퍼포먼스가 좋았다’ 며 5점 만점에 4점을 주기도 했는데, 한국 언론과 댓글은 실망을 넘어선 과도한 질타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가수의 본질인 ‘노래’를 잘 못했다는 것에 실망할 수 있다. 또 세계적인 무대에서 부끄러운 실력을 드러냈다는 것은 K-팝 전체적 명성을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 있기에 질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조금 더 디테일하게 그 이상 팬들의 ‘실망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원인이 ‘완벽함의 환상이 깨어짐’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1,2,3세대 아이돌의 서사가 열심히 노력해서 아래부터 올라오는 성장스토리였다면, 지금의 4세대 아이돌에게 팬들이 원하는 것은 ‘타고난 완성형 캐릭터’이다. 르세라핌은 대형 기획사 출신에 처음부터 승승장구하며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무대에서 부족한 보컬 실력이 드러나자 캐릭터의 몰입이 깨지게 되었고 그것에 크게 실망한 팬들의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부터 아이돌이 ‘완벽함’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10년 전 필자가 아이돌로 활동했을 땐 각 멤버당 한 가지 장기가 있으면 되었다. 메인보컬, 랩 담당, 춤 담당, 비주얼 담당, 예능 담당 등 각 멤버들은 한 가지만 잘하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멤버 모두가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고, 예쁘고 몸매 좋고 그야말로 모든 게 완벽해야 한다.
르세라핌 멤버 사쿠라는 코첼라 무대에 대한 사람들의 혹평을 보고 ‘완벽한 사람은 없다’라고 대응했는데 그 말 자체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진실이고 사실이다. 정말 완벽한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과 트렌드는 완벽함을 원하기에 4세대 아이돌은 어떻게든 포장을 잘해서라도 완벽해 보일 수 있게 연기해 내야 한다. 슬프지만 4세대 아이돌의 현실이다.
이처럼 콘텐츠 시장, 결혼 시장 등 사회 전반에 ‘완벽함’에 대한 강박과 함께 육각형 인간 트렌드가 펼쳐지고 있다.
육각형 인간 트렌드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경향을 보여준다. 그런데 완벽함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완벽함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전반에 육각형 인간 트렌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도달할 수 없는 완벽함이라는 목표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 ‘부족함’을 디폴트값으로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도달할 수 없는 목표와 이상향 앞에서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회는 괴상하고 불행한 사회다. 필자는 육각형을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문화가 우리 사회를 결국엔 병들게 할 거로 생각한다.
문득 육각형 인간을 추구하는 K-팝 팬들은 결국 어디로 향할지 생각해 보았다. 필자는 팬들이 점점 가상 아이돌 & 판타지로 가게 될 거로 예측한다.
왜냐면 팬들은 완벽함을 원하지만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에 노래 실력이 들통난 르세라핌이나, 연애하는 카리나와 같은 완벽의 세계관이 깨지는 일이 반복해서 발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관을 깨는 일들은 팬들을 상처 준다. 필자는 팬들이 이 실망을 극복하기 위해 ‘영원히 완벽한’ 가상 아이돌을 좇는 경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판타지 속에 갇혀 존재하지도 않은 이상향 추구하며 현실 인간에 끊임없이 실망하고,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실제 인간은 가끔은 추하고, 가끔 못났고, 실수도 하기 마련이다. 원래 그게 인간이다.
※ 글 작성자는 본인이며 여성경제 신문의 기고 글을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