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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umis AI가 요약한 글
- 집중력 저하는 개인의 노력 부족이 아닌, 소셜 미디어와 같은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을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 저자는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감시자본주의'를 금지하고, 값싼 가공식품으로 가득한 슈퍼마켓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집중력 저하는 사회적 유행병이라고 말한다.
- 집중력 고갈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올바른 의견을 주고받을 수 없는 사회를 만드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제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집중력 고갈 현상은 사회적 유행병
소셜미디어 감시자본주의 금지 역설
집중력 대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과 잃어버린 집중력을 되찾아야 건강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 GPT4o
최근 필자에게 고백하기에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일에 집중을 하나도 못 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인스타그램에 중독된 것 같아 인스타그램의 스크린 타임을 하루 10분으로 제한했는데, 갑자기 게임 광고가 떠 휴대폰 게임을 깔게 되었고 그렇게 일주일간 캐시 충전까지 하며 게임에 빠져 지냈다.
게임머니가 0원이 되고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하지 못할 그때야 정신을 차리고 게임을 삭제했다. 프로 '자기개발러'로 살아왔던 필자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집중력을 빼앗겼다. ‘설계자’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한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어렵게 탄탄하게 설계한 설계자들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밀려왔다 “내가 졌고 당신들이 이겼어요.”
도둑맞은 집중력 책 표지 /어크로스
소셜미디어에서 탈출하려 하다 게임에 붙잡혀 일주일을 보낸 필자는 이렇게 정교한 설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집중력 저하의 원인이 개개인의 자제력 결핍이 아닌 사회적 시스템임을 지목한 요한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필자와 같이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것이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개인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한 하리는 이 책에서 우리의 집중력 문제를 일으킨 ‘설계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집중하는 능력이 붕괴되고 있다.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하고,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하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심각한 집중력 고갈 현상이 ‘비만’과 같은 사회적 유행병이라고 말한다.
비만은 50년 전에는 매우 드물었지만 오늘날에는 서구 세계의 유행병이 되었다. 우리가 갑자기 탐욕스러워져서가 아니다. 먹는 음식의 질이 나빠지고, 식량 공급망이 바뀌고, 걷기나 자전거를 타기 힘든 도시가 건설되는 등 이러한 환경의 변화가 신체의 변화를 낳았다. 집중력에도 이러한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집중력을 갖지 못하게 ‘설계’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먼저 소셜미디어를 살펴보면, 그들의 연료는 우리의 ‘집중력’이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더 오래 들여다볼수록 그들이 보는 광고도 많아지고, 그만큼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버는 돈도 늘어난다. 그래서 소셜미디어는 알고리즘을 강화하고 우리의 취약점을 공략하여 끊임없이 스크린을 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설계의 해악성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전 구글 엔지니어인 트리스탄 해리스는 10억 명의 생각과 감정을 제어하는 구글의 엔지니어팀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집중력을 파괴하고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자신들의 행동이 비윤리적임을 구글 동료들에게 설파하기도 했다.
저자는 소셜미디어 회사들의 '감시자본주의'를 금지해야 하며 기업들이 계속 이러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우리 손으로 멈춰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와 더불어 집중력을 갖지 못하게 하는 또 다른 요소론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이 있다. 세계 전문가들은 음식의 변화가 우리 집중력의 상당 부분을 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은 ‘초가공 식품’이다. 초가공 식품은 “BMW미니에 로켓 연료를 넣는 것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급강하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우리는 집중력을 잃어간다. 저자는 이에 대한 책임도 우리 각자가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변화해야 하지만 그보다는 배후의 더 거대한 세력과 맞설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산과 농장을 소유하고 농사를 하지 않은 한 전부 슈퍼마켓에서 먹을거리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데, 이 슈퍼마켓들은 값싼 가공식품으로 가득하고, 이것은 우리가 태어난 순간부터 막대한 예산을 통해 우리에게 광고되는데 이로부터 자유롭긴 힘든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것 외에도 저자는 다양하게 우리가 집중력을 갖지 못하게 하는 문제들을 이야기하며 이것이 사회적 유행병이며 근본 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한다.
필자는 책을 읽으며 묘한 안도감을 받았다. 집중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큰 수치심으로 느껴지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는데, 이것이 비단 필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드는 감정이었다.
저자 또한 책을 쓰며 산만함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꾸었다고 고백한다. 원래는 자책하며 스스로를 부끄럽게 해 더 집중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이제는 지금 무엇을 해야 몰입 상태에 빠져들어 깊이 집중할 수 있는 능력에 가닿을 수 있을까, 지금 할 수 있는 유의미한 활동은 무엇일까, 무엇이 내 능력의 한계에 있을까 생각해 본다고 했다. 저자는 몰입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자기 처벌적인 수치심보다 훨씬 효과적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뇌가 집중하게 하는 방법'을 검색하는 사람 수가 300% 증가하였다. 사람들은 소셜미디어 곳곳에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세상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라는 메시지를 주로 전한다.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집중력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큰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긴 글을 읽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하게 되면 올바른 민주주의를 펼쳐나가기가 어려워진다. 민주주의는 건강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때 가능한데, 집중하지 못하면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포퓰리즘이 성행하게 되고 사회 전반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러기에 단순히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제도적으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때다.
지난 1일, 미 상원 법사위는 온라인 아동 성 착취 관련 청문회를 열고 저커버그를 포함해 소셜미디어 CEO들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청문회에서는 "여러분은 사람을 죽이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강도 높은 질책과 함께 빅테크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더 많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을 음란 콘텐츠로부터도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집중력'에 대한 논의는 과연 언제 가능할지 갈 길이 멀다.
필자는 요즘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두는 노력을 시작했다. 조만간 핸드폰 잠금장치도 구매할 예정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에선 이 주제로 심도 있게 토론하며 우리가 다음 세대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들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집중력 대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과 잃어버린 집중력을 되찾아야 건강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 글 작성자는 본인이며 여성경제 신문의 기고 글을 옮겨왔습니다.